아직 젊다. 건강에 심각히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독서와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며, 자전거 타기도 좋아한다. 조만간 세계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며 회사를 그만두었지만 당장은 급하지 않을 정도의 저축액도 있다. 오히려 내 상황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러워할만하다. 다만, 올해 나는 확연한 삼십대 후반이 되었는데 이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
<나이가 있네?> 라고 말을 들은 것은 35살 정도 즈음이었다. 대학원을 마치고 두번째 직장인 센터에 채용되었을 때 겉보기보다 나이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략 30대 초반을 넘으면 우리 시대의 사람들은 나이가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정규 학업 코스도 마치고,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한 사람들은 그 정도 살아온 햇수가 있는 것이리라.
그 나이가 들었을 때는 50세 전후의 사람들이 그렇게 멀지 않게 느껴진다. 오히려 그 시기의 사람들도 나와 별반 없는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들의 표정에서 옛 시절 앳된 느낌을 포착하기도 하고, 각자 삶의 고단함에 같이 한숨 쉬어 줄 수도 있다. 어찌보면 사람들은 갑자기 나이가 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십년 전의 느낌을 고스란히 간직한채 십년이 흐른것이다. 거울앞의 희끗한 머리와 푸석한 피부에 새삼 세월을 느낀다.
사람들은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나이 들고 싶어서 든 것도 아니다. 이렇게 생각을 해보면 삶의 아주 중요한 부분은 우리가 손 쓸새 없이 결정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기묘한 상상을 하게된다.
자아를 가지고, 개인주의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현대인들은 과연 저마다의 삶의 주인공일까? 나이가 들고, 용모가 바뀌고, 조금 있으면 세상은 그들에게 <나이가 있네?> 라는 말을 하는데?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자기 밖의 평가에 승복하고 나이 값에 맞게 행동하려고 한다. 몇몇 일부는 이에 대해 발악에 가까운 저항을 하지만, 결국 그들의 모습은 자기 나이에 수렴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래서 가장 공평한 복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계급, 빈부, 귀천에 상관없이 누구나 늙는다. 세월은 야속하지만, 그 야속함은 만민에게 적용된다. 아이러니와 모순에 가득찬 이 세상이 주는 최소한의 위로는 같이 나이 먹는다는 것이다. 떡국을 먹는다. 나이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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